“9·11테러 같았던 ‘캠퍼스 총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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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같았던 ‘캠퍼스 총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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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사건 그 후 <2> 美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8개월 지났지만 아직 못 잊어"

버지니아 공대생 가슴 속 상처는 그대로
총격현장 노리스홀엔 &#39;안전주의&#39; 벽보... 교실은 잠겨
학교, 심리상담사 늘리고 추모코너 만들며 치유나서
이하원 특파원(블랙스버그(미 버지니아주)) May2@chosun.com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까.

지난주 미국 버지니아주 교민사회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버지니아 공대의 한국계 4학년 학생 K군이 학교 인근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교민사회는 이 사건이 올해 4월 16일 32명을 살해한 &#39;조승희 난사사건&#39;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초조감에 휩싸였다. 이후, 우울증을 앓아오던 K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현지 경찰의 발표가 나왔지만, 이 사건은 우리 교민과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에게 8개월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상흔 여전한 노리스홀

지난 5일 찾아간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는 진눈깨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4·16 총격사건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외 추모관은 학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드릴필드와 대학 본관 사이에 있었다. 야외 추모관에는 32개(희생자 숫자)의 작은 추모석이 1m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끝까지 학생들을 보호했던 케빈 그라나타(Granata) 공대 교수 추모석 앞에 놓인 추모문이 눈에 띄었다. "자부심과 헌신으로 교수 생활을 한 사람.... 우리는 그를 기억하면서 회복하고 재건하고 활력을 찾아 더 뛰어나게 될 것이다. 그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야외 추모관에서 약 50m 떨어진 총격의 현장 노리스홀. 1층엔 &#39;안전 주의&#39; 벽보만 붙여 있을 뿐, 아무도 출입을 막지 않았다. 사망자가 발생한 2층의 4개 교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한낮이었지만 30m의 복도엔 아무런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4·16 사건은 여전히 민감한 주제였다. 학생들은 아직도 가슴 한쪽에 남아 있는 그 아픔을 꺼내고 싶지 않은 듯, 8개월 전의 일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노리스홀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기자를 잠시 쏘아보더니 "노 코멘트"라며 황급히 몸을 돌렸다.

◆학교측은 상처치유에 적극적

학교측은 이 사건을 숨기기보다는 드러내 놓고 적극 대처함으로써 1872년 개교 후 최대의 시련을 이겨내려는 듯했다. 이 학교의 홈페이지(www.vt.edu ) 한복판에는 &#39;우리는 기억한다&#39;는 추모 코너를 만들어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후속조치가 어떻게 취해지고 있는지를 알리고 있다.

학교측은 총격사건 발생 후 학교 상담소의 심리 상담사를 대폭 늘려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입학한 메이시 바네스(Barnes)양은 "입학 오리엔테이션부터 학과 수업에 이르기까지 학교측에서 이 문제를 털어놓고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외 추모관에서 만난 에릭 웰치(Welch·경영학과)군은 "모두에게 매우 힘든 사건인데, 학교는 재발방지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버지니아 공대가 그 상흔(傷痕)을 깨끗이 지우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교정에서 겨울 풍경을 찍던 이 학교의 학보 기자 폴 플랫즈(Platz)군은 슬픈 눈망울로 나지막이 말했다. "그 사건은 버지니아 공대엔 마치 9·11 테러 같은 것이지요. 그 사건 이전과 그 이후의 일상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 총격사건 거론 않는 교포사회

4·16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았던 워싱턴 DC 인근의 재미 교포사회는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상처를 달랬다. 희생자 추모모임을 열었고, 희생자 가족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왔다. 특히 북(北)버지니아의 한인교회들은 30만달러를 모아 버지니아 공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근엔 가급적 이 사건을 거론하지 않는 분위기다.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한 재미 교포 A씨는 "좋지 않은 사건에 한국 사람이 관련돼 곤혹스러웠다. 모두들 이 사건을 입에 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버지니아 공대의 차기 한인 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유현승(대학원 산업공학과)씨는 "총격 사건 이후 한국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피해를 입은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승희군의 부모는 여전히 버지니아주에 머물며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의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조용히 지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의사를 존중, 별도의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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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ource: Chosun Ilbo
<a href="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18/2007121800045.html">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18/2007121800045.html</a>

Creator

Ha Won Lee

Date

2007-12-17

Contributor

Haeyong Chung

Language

ko

Citation

Ha Won Lee, ““9·11테러 같았던 ‘캠퍼스 총격’ ”,” The April 16 Archive, accessed November 21, 2024, https://april16archive.org/items/show/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