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터지는 `조승희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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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터지는 `조승희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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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 돌풍을 일으킨 흑인 대권 주자 버락 오바마. 그는 특이한 이름으로 억측에 시달려 왔다. 오사마 빈 라덴과 이름이 비슷한 탓이다. 한때 이들의 뿌리가 같다는 황당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오죽 한이 맺혔는지, 오바마는 이름에 얽힌 사연을 저서 '대담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 서문에 소개했다. 9.11 테러 직후 그의 참모는 이런 한탄을 했다고 한다. "정치 초기라면 오바마 대신 별명이라도 쓰련만, 이젠 그랬다간 더 큰 의심을 사게 됐다."

실제 그는 이름 때문에 소동을 치른다. 올 1월 1일 CNN은 빈 라덴 사진 밑에 "오바마는 어디 있는가"라는 자막을 달아 방송했다. 이틀 뒤엔 야후가 사고를 쳤다. 그의 사진 밑에 '오사마 빈 라덴'이라고 썼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시기가 딱 들어맞아 음모론도 등장했다.

이뿐 아니다. 그의 풀네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여서 기독교 신자인 그를 무슬림으로 몰아붙이는 글이 인터넷을 도배한다. 많은 지식인조차 그를 무슬림이라 믿고 있다. 심지어 '블랙 오사마 (Black Osama)'라 하는 이들도 있다.

선진국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코미디가 가능할까. 이는 9.11 테러에 질린 미국인들 사이에서 생긴 '과잉 반응'으로 봐야 한다. 충격에 따른 과잉 반응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요모조모 따질 틈이 어디 있겠는가.

조승희 사건에 대한 한국인의 대응도 과잉의 연속이었다.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지자 대통령부터 난리가 났다. 그러다 '범인은 범인이고 한국인은 한국인'으로 미국인들은 본다는 보도가 나가자 또 다른 '오버 액션'이 등장했다.

언론들은 '성숙한 대응' 운운하며 이를 대서특필했고, 한국인들은 감격에 겨워했다. 미군 교통사고에 여중생 2명이 숨졌다고 성조기를 태우는 사람들 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관대함이었을 것이다.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고전적인 틀은 '소용돌이 이론'이다. 절대 권력을 향해 모든 파워가 집중되는 모델이다. 한국인들의 인식도 구심점을 향해 빨려가는 소용돌이 패턴 같다. 그래선지 단편적인 보도를 토대로 조승희 사건 이후 미국 안에는 아무 후유증도 없는 것처럼 믿는 듯하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런가. 몇몇 신문과 버지니아 주지사가 "한국 사람 책임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미국 전체에 선입견이 없다고 믿는다면 극히 단세포적 발상이다.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사설이 신문마다 실려도 혐오 범죄가 날뛰는 곳이 미국이다.

최근 메릴랜드주 한국계 학생의 정학 소식이 보도됐다. 조승희 사건을 계기로 놀림받자 "나도 총으로 쏠 수 있다"고 했다가 정학을 당했다. 우리 눈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쉬쉬해서 안 알려졌을 뿐 비슷한 사건이 여러 건 일어났고,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의 한 청소년단체 대표는 "최근 알려진 비슷한 사건만 4~5건"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사건의 유형도 비슷하다. 폭탄 그림을 그렸다가 "내가 조승희였다면 더 크게 했겠다"라고 말했다가 정학당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범인들의 입장에서 9.11 테러에 대한 작문을 했다가 학교에서 쫓겨났다. 뉴욕에서만 이럴진대 미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건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주미 대사관 측은 "조승희 사건이 미국 사회의 병폐로 여겨지는 판에 이런 일을 이슈화하는 건 좋지 않아 조용히 대응키로 했다"고 한다.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러나 상황을 알면서 자제하는 것과 새까맣게 몰라서 그냥 지나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미국 내 한국 유학생 수는 8만7000여 명. 세계 1위다. 이들을 미국 땅에 보낸 수많은 부모가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래야 바다 건너 자녀들에게 말조심, 행동조심 하라고 당부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남정호 뉴욕 특파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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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ource: Joins.com/JoongAng Daily
<a href="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735995">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735995</a>

Creator

Jung Ho Nam

Date

2007-10-22

Contributor

Haeyong Chung

Language

ko

Citation

Jung Ho Nam, “슬슬 터지는 `조승희 후유증`,” The April 16 Archive, accessed November 24, 2024, https://april16archive.org/items/show/1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