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에 유학 간 두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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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에 유학 간 두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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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려 다니지 마라." "가급적이면 집에 머물러라." "식당에서 큰 소리 내지 마라." "당분간 옷차림도 단정히 하고 미국 아이들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투지 마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고를 전해 듣고 아빠는 너희들에게 그렇게 주문했다. 너희들의 안녕이 걱정스럽고 혹 교포들이나 유학생들이 입게 될 불이익과 피해가 염려되더구나. 나라의 장래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무비자 협상에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이 삐거덕거리지나 않을까?" LA폭동 사태까지 떠올렸다.

여기까지 아빠는 모범 아버지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소치인지를 알게 됐다. 사건이 터진 직후 노무현 대통령도 사과를 했다. 그것도 세 차례나.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의 출생국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의 문제라는 점을 우리 모두 간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그가 한국인이기 이전에 망상과 정신분열과 복합 성격장애를 가진 사회 부적응자라는 점을 놓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인 누구도 국적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언론 어디에도 범인의 출생지를 따지거나 여자친구 관계를 파헤치는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미 한국을 떠난 사람이어서 상관이 없다거나 미국의 총기 소지법 등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탓을 찾아내려는 것도 아니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이 일에 대해 한국인이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가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이 있다면 우리의 국적을 가진 자녀들이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정체성을 심어 주고 소속감을 심어 주지 못한 일에 있다. 낯선 문화에 방황하도록 방치하고 무관심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나아가 생업에 쫓기느라 자식들과 소통에 장애를 겪고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부모 역할과 가정환경을 탓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과 기러기 가족들의 행렬을 차분히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여겼다.

솔직히 아빠도 너희들을 성공시키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다. '자녀를 성공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자녀들은 불행해지기 쉽다. 하지만 자녀를 행복하게 해 주면 성공한다'는 진리를 말이다.

찬아, 준아. 이번 기회에 미국이란 나라는 국가적 재난을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가는지를 주목해 보렴. 교실에서의 학문적 지식만이 아니라 미국 사회가 갖고 있는 휴머니즘과 이성적 판단 등을 배워야 할 때다. 그리고 한 인간이 겪게 될 정신세계, 즉 영성의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지성과 감성만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를 지배하고 있던 잘못된 구원자 콤플렉스 등 사회를 향한 뒤틀린 분노가 제어되지 못했을 때의 사회적 비용을 조용히 헤아려 보는 게 중요하다.

찬아, 네가 친구들과의 약속을 접고 아수라장이 되었던 쓰나미 현장으로 달려갔던 일을 기억한다. 갔다 와서 네가 그랬지. "아빠, 왜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의미를 알겠어요." 지금이야말로 상처 입은 유족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다. 슬픔을 나누고 위로를 전해 주어야 한다. 아빠는 200만 재미교포들과 10만 유학생들이 겁쟁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설사 돌에 맞는 일이 있더라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그들 곁으로 더 열심히 다가가라. 가서 전하거라. 우리 함께 이 슬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내일을 창조하자고. 범인 조승희가 한국인이어서 빚진 마음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인류애와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서거라.

<필자의 두 아들은 미국으로 유학가 현재 대학 3학년,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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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ource: Joins.com/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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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Gil Won Song

Date

2007-10-22

Contributor

Haeyong Chung

Language

ko

Citation

Gil Won Song, “[기고] 미국에 유학 ê°„ 두아들에게,” The April 16 Archive, accessed November 2, 2024, https://april16archive.org/index.php/items/show/1470.